법률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경찰서나 법원까지 가지 않고 당사자 간에 원만하게 합의하는 게 제일 좋아요. 근데 그러려면 과연 이대로 합의가 되어도 괜찮은 지, 합의 내용을 상대가 그대로 이행해 줄지 걱정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합의를 보고 싶은데 합의서를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 지, 합의 조건을 어떻게 구성해야 되는 지 등 합의와 관련한 구독자 여러분들의 문의가 많습니다.
Q. 합의서는 어떻게 쓰나요?
최근 의료 사건에서 진행했었던 합의서를 직접 가져왔어요. 이 합의서에 기본적인 내용들은 거의 다 들어가 있기 때문에 좀 말씀을 드려볼까 합니다. 먼저 합의서에는 누가 합의하는 지가 들어가야 합니다. 보통 ‘갑’, ‘을’로 표현을 해요. 누가 ‘갑’, ‘을’이든 그건 작성자 본인 마음입니다. 보통 당사자 이름, 그리고 동명이인이 되게 많기 때문에 주민등록번호와 주소를 씁니다. 합의서를 개인이 써도 되지만 합의서를 도저히 어떻게 써야 할 지 모르겠다, 그리고 좀 더 공신력 있게 합의서를 작성하고 싶다고 하면 변호사를 선임해서 하기도 합니다. 위 합의서를 작성한 사건도 제(박성민 변호사)가 변호사로 선임돼서 합의가 진행된 케이스인데, 이러한 경우 당사자 이름, 인적 사항을 쓴 후 그 밑에 갑의 법률 대리인, 법무법인 LF 박성민 변호사, 이런 식으로 씁니다. 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다음에 하단에 합의 내용이 있어요. 일단 어떤 부분에 대해서 합의하는 지를 기본적으로 말을 해야겠죠? 이 사건 같은 경우는 의료사고였으니까 ‘갑과 을은 언제 어떤 병원에서 누구에게 발생한 의료 사고와 관련하여 원만히 합의한다.’ 이렇게 먼저 씁니다.
Q. 작성할 때 참고할 문구가 있나요?
결국 제일 중요한 건 돈입니다. 보통은 두 번째 항목으로 얼마에 합의하는 지가 나옵니다. 이 사건 같은 경우에는 5억 5천만 원에 합의를 했던 사건인데, 예를 들어 ‘갑’이 환자고, ‘을’이 병원이라고 해볼게요. 위에 보면 ‘‘을’은 ‘갑’에게 위 사고와 관련하여 깊은 위로 및 사과를 표하고, 민, 형사 상 합의금으로 금 5억 5천만 원을 합의와 동시에 지급한다.’ 라는 문구가 있는데요. 보통 이 때 여기서 이런 식의 멘트가 많이 들어가요. “의사의 잘못 때문에 합의를 한다.” 이런 멘트를 꼭 집어넣고 싶어 하는 분들이 있거든요. 크게 별로 의미는 없고, 굳이 이 멘트를 집어넣게 되면 아무래도 그 잘못을 한 상대방 측에서 합의를 잘 안 하려고 합니다. 합의서 이렇게 써 놓고 나중에 이 합의서 뒤엎어서 갑자기 법원에 증거로 내면서 “자기 과실이라고 인정했다.” 이렇게 나올 수도 있는 거니까 애초에 잘 안 하려고 하죠. 어차피 지금 손해배상을 받는 게 목적인 이상 굳이 그렇게 멘트에 연연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원만하게 합의를 하는 게 더 높은 목표니까요. 그래서 보통은 “과실이 있다.”, “누구 잘못이다.” 이런 이야기는 잘 안하고 도의적인 측면에서, 아니면 무슨 사고와 관련해서 “돈을 준다”는 이런 식의 표현을 많이 해요. 보통은 ‘민사, 형사 둘 다 문제 제기 않는다.’는 멘트가 꼭 들어가죠. 사실 이 정도까지 들어가면 합의서의 ‘중요한’ 핵심 포인트가 들어간 거예요.

Q. 돈을 지급하는 방식은 어떻게 정하나요?
그 다음에 돈을 어떻게 지급할 지 지급 방식도 정해야겠죠? 일반적으로는 그냥 현금을 주면 돈을 줬다는 증거가 남지 않기 때문에 증거가 남도록 보통 계좌이체 방식을 많이 해요. 보통 언제까지, 어느 계좌로 입금을 한다고 명시를 합니다. 이게 액수가 커지면 사실 한 번에 지급하기 힘들 수도 있어요. 그러면 언제까지 얼마, 이런 식으로 분할하는 조건을 달기도 하죠.
Q. 기업체와 합의할 경우는 어떻게 진행하나요?
보통 개인 대 개인으로 진행할 경우 상대방에 대해서만 민, 형사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가끔 기업체이거나 여러 명이 관련되어 있을 수 있거든요. 그러면 상대방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의 직원들을 상대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조항도 추가할 수 있죠. 그래서 이 사건 같은 경우는 합의 내용을 위반하면 “10배를 배상한다” 이런 것을 하지 않았고 “지급한 합의금만 반환한다” 이런 식으로 약정을 했었어요. 병원 쪽 변호사도 있었는데, 환자 쪽이랑 병원 쪽이랑 당사자 및 변호사가 함께 각각 사인을 진행했었어요.
Q. 합의 계약 시 꼭 ‘공증’을 해야 하나요?
사실 합의 조건을 이행하지 않는 사람들도 생긴단 말이에요. 결국은 법원으로 가서 다투게 되는데, 그런 경우에는 “어느 법원으로 가자”라고 정해 놓을 수도 있어요. 이것을 ‘합의관할’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서 서울에 있는 사람과 부산에 있는 사람이 합의서를 썼어요. 근데 만약 분쟁이 생겼을 때 서울에 있는 법원이든, 부산에 있는 법원이든 한쪽에게만 유리하잖아요. 그러면 중간에 있는 “대전으로 한다” 이런 식으로 정해 놓을 수 있어요. 만약 합의할 때 쯤 당사자 간에 감정이 안 좋을 수 있는데, 그래서 대리인인 변호사들끼리만 만난다고 하면 위임장을 첨부하든 해서 각자 도장, 지장 혹은 날인을 통해 합의서를 작성하면 됩니다. 그리고 합의할 때 ‘공증’ 해야 되는 지, 꼭 인감이 들어가야 되는 지 문의가 많은데, 꼭 그럴 필요는 없어요. 만약 정말 불안하다 싶으면 사실 사인으로 하는 게 제일 편해요. 보통은 이 정도까지 하면 문제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도장이든 서명이든 마음대로 하시면 됩니다.
Q. 합의 진행 시 팁이 있을까요?
합의서 양식이 필요하면 인터넷 검색하면 쉽게 나옵니다. 그래도 혹시 이대로 진행해도 괜찮은 지 걱정이 되시면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일 중요한 건 무슨 사건에 대해 합의를 하는 지 명시를 하고, 얼마를 주는 지, 민, 형사 상 문제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 합의금을 지급하는 방식 등 이 정도만 들어가면 중요한 내용은 다 들어가는 거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본인이 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증명할 수 있는 서류들을 잘 첨부해주세요. 합의서는 꼭 2부를 만들어서 각자 하나씩 나눠 가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합의서 2장을 만들면 같은 서류를 나란히 두고 종이와 종이 사이 가운데에 ‘간인’을 합니다. 그러면 합의서가 따로 작성된 게 아니라 한 자리에서 작성되었고 이게 양쪽에서 합의 하에 작성된 게 인증이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