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똑같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대답했지만 스트레스가 건강에 해롭지 않다고 믿는 사람들은 사망률이 높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고 답한 사람들보다도 사망률이 더 낮게 나타났습니다. 결국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스트레스’가 아닌 ‘스트레스가 건강을 해친다는 믿음’이었던 겁니다.
‘스트레스에 대한 생각의 변화’
호텔에서 매트리스를 들어 올리고 두꺼운 이불을 털며 매번 허리를 굽히는 하우스키퍼 분들의 일은 육체적으로 굉장히 힘든 노동입니다. 한 시간에 300 칼로리를 소모하는 활동이며, 이는 웨이트 트레이닝과 수중 에어로빅 등과 맞먹는 강도의 노동입니다.
스탠퍼드 대학의 알리아 크럼 박사는 미국 호텔에서 근무하는 하우스키퍼들을 대상으로 건강을 체크했는데, 그들의 신체 건강이 움직이지 않고 앉아서만 일하는 일반 회사원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평소 운동을 얼마나 하느냐고 묻자, 그들은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들이 하는 일 자체가 운동과 다를 바 없었지만 말입니다.
그들에게 제공된 두 음료 중 하나에는 “그대가 누려야 할 사치 620 칼로리”라고 적혀있는 음료였고, 다른 하나에는 “죄책감 없는 만족함, 140 칼로리”라고 적힌 제품의 음료였습니다. 실험 결과 피실험자들의 배고픔 호르몬 수치는 620 칼로리 음료를 마셨을 때 크게 줄어들었고, 140 칼로리 음료를 마셨을 때는 조금밖에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두 음료 모두 사실 380 칼로리의 동일한 음료였다는 겁니다. 체내 그렐린 호르몬의 수치를 바꾼 것은 그들이 마신 음료가 아닌 ‘그들이 마신 음료에 대한 믿음’이었던 것입니다.
‘스트레스의 긍정적 이미지’
그렇다면 스트레스가 해롭지 않다고 믿었던 사람들의 건강이 좋았던 이유는 뭘까요? 하버드 대학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빨라지는 심장 박동은 다가올 어려움에 맞서 신체를 준비하는 스트레스의 긍정적인 작용이며, 스트레스를 받을 때 가빠지는 호흡은 산소를 뇌에 빠르게 보내 어려운 상황에서 뇌가 잘 기능할 수 있도록 해주는 스트레스의 긍정적인 효과입니다.”라는 식으로 스트레스가 신체에 이롭다는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코르티솔과 DHEA’
그 예로는 DHEA 비율이 높은 학생일수록 대학에서 학점이 높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서로 반대되어 보이는 두 호르몬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같이 분비된다는 것입니다. 연구원들은 피실험자들에게 스트레스를 받게 하고, 이 두 호르몬을 측정했습니다. 그 후 스트레스가 몸에 이롭다는 것을 알려주는 영상을 3분간 시청하도록 하고 다시 실험 참가자들에게 스트레스를 받게 한 후 호르몬을 측정했습니다. 그들의 코르티솔 분비량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놀랍게도 DHEA 분비량이 전과 비교해 크게 증가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스트레스가 몸에 이롭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정말 우리 몸이 스트레스를 받고 건강에 이로운 방향으로 호르몬을 분비한 것입니다.
‘스트레스에 대한 오류’
그러나 이 오류는 완전히 무시된 채 셀리에의 연구는 담배 회사로부터 크게 환영받을 수 있었고, 셀리에는 그들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계속해 나갑니다. 그리고 그는 미국 의회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그 덕분에 스트레스는 악명 높은 이미지를 갖게 된 것입니다.
‘뇌의 운동이며 신체의 영양분’
또 다른 연구에서는 일정 기간 동안 강하고 짧은 스트레스를 여러 번 받으면 뇌 속에서 BDNF가 증가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BDNF는 뇌 속의 뇌세포를 보호하고, 새로운 뇌세포를 생성하도록 돕는 뇌 안의 단백질입니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 옥시토신은 스트레스로부터 심장을 보호하고 심장 세포의 재생을 돕습니다. 이 밖에도 스트레스는 뇌에서 뉴런을 서로 연결해 주는 뉴로트로핀과 면역 체계를 관장하는 인터류킨을 분비시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당연히 이기적인 마음을 가지고 자신의 몫을 더 챙기려 할 것 같지만, 스트레스를 받은 피실험자들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사람들보다 50%나 더욱 자비로운 모습을 보여준 것입니다. 이들이 겪은 스트레스가 투쟁 혹은 도피 반응이었다면 그들의 자비로운 행동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머릿속에 있는 스트레스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참고 논문>
– Kellar A 외 6명, “Does the perception that stress affects health matter? The association with health and mortality”
– Moore RC 외 7명, “Complex interplay between health and successful aging: role of perceived stress, resilience, and social support”
– Fatih Ozhay 외 5명, “Social Support and Resilience to Stress”
– Raphael J. Leo, Mark D. Seery, E. Alison Holman, Roxane Cohen Silver, “Lifetime exposure to adversity predicts functional impairment and healthcare utilization among individuals with chronic back pain”
– Mark D. Seery, E. Alison Holman, Roxane Cohen Silver, “Whatever Does Not Ki Us: Cumulative Lifetime Adversity, Vulnerability, and Resilience”
– Elizabeth D Kirby 외 6명, “Acute stress enhances adult rat hippocampal neurogenesis and activation of newborn neurons via secreted astrocytic FGF2”
– Cosi C. 외 5명, Repeated restraint stress increases BDNF plasma levels in rat: effects of milnacipran, pregabalin and duloxetine
– Aschbacher K 외 5명, “Good stress, bad stress and oxidative stress: insights from anticipatory cortisol reactivity.”
– Crum, Alia J., William R. Corbin, Kelly D. Brownell, and Peter Salovey. “Mind over Milkshakes: Mindsets, Not Just Nutrients, Determine Ghrelin Response.” Health Psychology 30, no. 4 (2011): 424–29
– Petticrew, Mark P., and Kelley Lee. “The ‘Father of Stress’ Meets ‘Big Tobacco’: Hans Selye and the Tobacco Industry.” 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 101, no. 3 (2011): 4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