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청룡영화상에서 ‘난 가격이 싸요’
캐스팅 비결 공개한 윤여정
1971년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화녀’의 주연을 맡으며 배우로서 탄탄대로만 걸을줄만 알았던 배우 윤여정. 하지만 결혼으로 인한 공백기와 이혼으로 더이상 배우로서 활동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수현 작가의 도움으로 복귀에 성공한 그는 이후 다양한 드라마에 출연하며 다시 한 번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지게 되는데, 2000년대에 들어서부터는 영화에도 꾸준히 출연하며 다양한 모습의 캐릭터를 연기했다.
2003년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에서 바람난 시어머니 ‘홍병한’ 역할로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인 바 있는 윤여정. 워낙 강한 캐릭터였던 탓에 많은 배우들이 진절머리를 쳤지만 그는 “집 수리비용이 모자라서 급해서 하게 됐다”고 솔직하게 밝힌 바 있다.
배우가 제일 연기를 가장 잘 할 때는
바로 돈이 필요할 때
배고픔보다 절실한 것은 없다고 밝힌 윤여정. 예술가들 역시도 배고플 때 만든 작품이 가장 절실한 법이라며 “돈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정말 급전이 필요했다”며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2010년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조명상, 기술상, 촬영상의 시상자로 나선 윤여정은 함께 시상자로 나온 김성수가 감독님들이 많이 찾는 비결은 무엇이냐 묻자 “가격이 싸요”라고 짧게 답해 또 한 번 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급전이 필요했다, 출연료가 싸다” 등의 명언을 남긴 윤여정.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에게 지난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의 영광을 안겨준 영화 ‘미나리’는 저예산 영화임에도 출연을 결심했고 아주 좋은 성과를 냈다.
그런데 이 역시도 알고보니 자신의 착오로 출연한 것이라는 윤여정. 영화 제작사가 브래드 피트의 회사라는 것을 알게되었고, 출연료가 ‘200 million’이라기에 한화 200억원이라는 줄 알고 선뜻 출연을 결심했다고.
하지만 200억원은 잘못 계산한 것이며 실제론 20억원. 게다가 이는 출연료가 아니라 영화 전체의 제작비였다는 것. 윤여정은 봉준호 감독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요즘 한국 영화도 20억원으론 안 찍는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생계 때문에 연기를 했었다는 윤여정. 환갑이 넘으면서부터는 “사람을 보고 사람이 좋으면, 그때부터 사치스럽게 살겠다”고 자신에게 약속했다고. 결국 진심이 느껴진 ‘미나리’를 위해서 사비를 털어서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날아가게 된다.
지난 9월 초 한국을 방문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수상자인
트로이 코처와 길에서 우연히 만난 윤여정
어느덧 70대 중반임에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며 동료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노장의 배우 윤여정. 앞으로도 건강한 모습으로 연기하는 그의 모습을 오래 볼 수 있으면 좋겠다.